새로운 인류의 희망 이라는 타이틀아래에 서있는 너는 너무나 눈이부셨다. 모두가 좋아하는 히어로가 된 너는 언제나 웃음을 짓는다. 위험한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는 것도 너고, 자신의 몸은 돌보지도 않은 채 사람들을 구하는 너는 내가 보기엔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이 위태로워 보였다.
혹여 누가 볼까 조심스럽게 리커버리 걸에게 다가가 치료를 받는 너의 뒷 모습은 히어로 데쿠로써가 아닌 미도리야 이즈쿠인 너는 무척이나 작고 연약하다고 생각한다. 리커버리 걸의 타박에도 그저 웃으며 죄송하다고만 할 뿐 분명 현장에 나가면 뒤도보지않고 달려나갈 너를 알기에 나는 그저 뒤에서 너를 지킬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쇼토군!"
"괜찮아? 이즈쿠"
"응 괜찮아 쇼토군!"
환하게 웃는 너의 얼굴 곳곳에 붙어있는 밴드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리커버리 걸의 치료 덕에 아마 흉은지지 않겠지만 이런 상처 하나하나가 자신의 심장을 난도질 하는 것만 같았다. 포옥. 이즈쿠가 품에 안겨왔다. 걱정하지 말라며 꽉 껴안아 오는 이즈쿠의 행동에 이즈쿠의 얼굴을 들어 그대로 이마에 입을 맞췄다. 금새 발그레지는 이즈쿠의 얼굴에 웃음이 터져나올것 만 같았다.
"흠흠!"
"아....어.....가볼께요 리커버리 걸!"
리커버리걸의 목소리에 이즈쿠의 얼굴이 방금 전 보다 더 새빨개지며 내 손을 잡은채 바깥으로 향했다. 귀까지 새빨개진 이즈쿠의 모습에 당장이라도 멈춰서서 키스를 하고 싶었지만 뒤에서 리커버리 걸이 노려보는 시선이 느껴져 이즈쿠의 머리칼을 만지는 것으로 만족했다.
바깥의 날씨는 더할나이 없이 화창했고, 그 아래에서 너와 걷는 거리는 그 어떤 장소보다도 아름다웠다.
* * *
인류 최악의 빌런. 신문 1면을 장식한 제목아래엔 자신의 모습이 찍혀있었다. TV에선 인류 최악의 빌런 이라는 타이틀로 전문가다 뭐다 하는 사람들과 토론하기 바빴고, 신문에선 왜 그는 빌런이되었는가! 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기 일수였다. 시끄럽게 떠드는 TV를 꺼버리고 신문은 개성을 이용해 바로 태워버렸다. 바닥에 떨어지는 타버린 신문조각을 짓밟았다. 다른 이들이 지껄이는 소리가 우스웠고, 역겨웠다. 애초에 망가뜨린게 누군데 이제와서 왈가왈부하는 꼴이라니.
이즈쿠가 망가진 그 날. 나는 히어로를 그만뒀다. 이즈쿠에게 판결을 내린 히어로 협회의 인간들을 죽였고, 이즈쿠에 대해 지껄였던 인간들을 하나 둘 죽이기 시작했다. 그런 나를 세상은 인류 최악의 빌런이라 칭해왔다. 연인이 인류의 희망이였으니 인류 최악의 빌런이라는 것도 나쁘지 않지.
띠링 울리는 알람음에 주방으로가 전자렌지에 뎁혀둔 죽을 꺼내 윗 층으로 향했다. 달칵. 문을열었다. 두꺼운 커튼이 쳐있어 빛 한점 들어오지 않는 방 안에서 이즈쿠는 잠을 자고 있었다.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는 눈이 어둠에 익숙해질 때 까지 서있었다. 차츰 어둠이 눈에 익숙해지기 시작해 방 안이 보이자 나는 몸을 움직여 협탁 위에 죽을 올려놓고 이즈쿠를 깨웠다.
"이즈쿠 일어나야지."
"...쇼토...."
"응. 나 여기있어 이즈쿠."
당장이라도 울것같은 이즈쿠의 목소리에 이즈쿠의 몸을 꽉 껴안았다. 부들부들 떠는 몸이, 들썩이는 어깨가 너무나도 아파서 그저 꽉 껴안고 있었다. 괜찮아. 이즈쿠의 등을 토닥이며 계속해서 괜찮다고 말해주자 진정이 되었는지 이즈쿠가 얼굴을 들어 웃었다. 울컥하고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며 나도 있는 힘껏 웃었다. 이렇게 웃는 것 만으로도 괜찮았다.
* * *
히어로가 살해당했다. 처참히 짓뭉개진 시체의 손톱에서 범인의 피부로 추정되는 것이 발견되었고 DNA검사결과 미도리야 이즈쿠. 자신의 연인의 것으로 판명났다. 그 이후 매스컴에선 인류의 희망이 어째서 히어로를 죽였는가에 대해 연일 보도하였고, 시민들은 그동안 이즈쿠가 구해준 것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듯 연일 히어로 데쿠의 퇴출을 요구한다며 서명운동이 이어졌다.
히어로 협회주관의 법정에서 이즈쿠는 아니라고, 자신의 짓이 아니라고 부르짖었다. 이즈쿠의 스승인 올마이트, 친했던 우라라카와 이이다 그리고 의외로 바쿠고가 이즈쿠가 그런 짓을 할리가 없다며 같이 목소리를 내주었지만 그 누구도 이즈쿠가 범인이 아니라는 말을 해주지 않았다.
법정결과 히어로 데쿠의 영구제명이 결정됐다. 히어로에게 있어 영구제명이란 그 무엇보다 강력한 족쇄였다. 히어로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도 살아가기 힘들게 만드는 것. 그것이 히어로 협회에서 내리는 영구제명이였다.
나는 공분했다. 이즈쿠가 그동안 어떤마음으로 히어로를 해왔는지 가장 가까이에서 봐왔다. 상처가 늘어도 그저 웃으며 히어로를 할 수 있어 기쁘다 하던 이즈쿠였다. 그 누구보다도 빌런이 출현하면 먼저 달려갔고, 어떤 위험한 현장이여도 먼저 몸을 날려 시민들을 구하던게 이즈쿠였다. 그런 이즈쿠에게 내려진 판결에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초췌해진 모습으로 법원에서 나오는 이즈쿠의 모습에 카메라맨들은 연신 플래시를 터트렸고, 기자들은 자극적인 질문들을 이즈쿠에게 하는 모습에 나는 일반인에게 개성을 써선 안된다는 규칙도 무시한채 이즈쿠를 제외한 주변의 모든 인간들을 얼렸다.
"쇼...토..군..."
"괜찮아 이즈쿠. 내가 지켜줄께."
이즈쿠를 품에 껴안은 채 주변의 얼음벽을 더욱 높게 만들었다. 그 누구도 이즈쿠의 모습을 보지 못하도록. 이즈쿠는 품 안에서 울음을 터트렸다. 서서히 적셔지는 옷에 감촉에 이즈쿠의 등을 토닥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