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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etc

재프레오

타닥. 레오는 노트북에 연결된 USB를 빼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임무는 정보를 빼내는 것 까지이니 뒤는 USB에 든 정보를 보고 다른 멤버들이 처리해 줄 것이다.
침대 위에 나체로 누워있는 남자를 뒤로한 채 레오는 깔끔히 차려입은 제 옷을 한 번 탁탁 털고는 방을 나섰다. 
남자가 미리 말을 해둔 것인지 밖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는 레오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천천히, 그렇지만 다급히 걸음을 재촉했다. 걸음을 빨리할 때 마다 욱신거리는 허리의 고통을 애써 무시한 채 호텔의 문을 나서자 기다렸다는 듯 대기하고 있는 길베르트를 보며 레오는 미소를 지었다.


* * *


[가장 큰 규모의 이 로비는 여러 정계위원들도 얽혀있어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되며-]
TV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레오는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했던 행동이 쓸모없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소리를 들으며 레오는 코코아를 마셨다.
달디단 초코향이 입안을 감싸며 식도로 넘어가자 어제의 기분나쁜 느낌이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였다. 비록 아직까지 허리의 통증과, 몸에는 흔적이 남아있는 상태라도 말이다.
“어라, 재프?”
달칵. 사무실의 문이 열리며 재프가 들어오자 레오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재프를 바라봤다.
라이브라 내에서도 지각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재프 렌프로가 다른 멤버들보다 일찍 출근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아니 한 번도 없었다.
재프는 자신을 바라보는 레오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 인상을 찌푸렸다. 목에 남아있는 붉은 자국. 아마 옷으로 가려진 저 가린 몸에는 더 많은 흔적들이 남아있을 것이다.
레오는 재프의 시선이 제 목에 향해있다는 걸 눈치채고는 어색하게 웃으며 손으로 목을 가렸다.
"하하하 별거아니니까 걱정할 필요는…"
"레오씨는 힘들지도 않아요?"
재프는 레오의 말을 끊으며 레오에게 다가가 주머니에서 꺼낸 밴드를 레오의 목에 붙였다.
글쎄… 어딘지 모르게 처연하게 들리는 목소리에 재프는 레오를 꽉 껴안았다.
너무나도 가녀린 몸이다. 라이브라 내에서 초창기부터 있었던 사람이니 약하지는 않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자신이 보기엔 너무나 여린 사람이였다. 이런곳과는 어울리지않는, 평범하게 사는것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톡톡. 레오는 그저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재프를 토닥였다.


* * *


재프는 라이브라에 들어가 처음 레오를 만났을 때 이런 사람이 라이브라에 있어도 되는건가 싶을 정도로 의아해했다.
다른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가녀린 몸매였고-과장하면 K.K씨나, 망할여자보다 가녀려 보였다-신체능력도 보통사람과 다를게 없는, 단지 신들의 의안을 가졌을 뿐인 평범한 남자에 지나지않는다.
이런 남자가 라이브라의 초창기멤버? 재프의 눈이 흘겨지며 레오를 빤히 쳐다보자, 레오는 익숙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재프의 저런반응은 K.K와 체인이 했던 반응과 비슷했기에 무슨생각을 하는지 대충 눈치챌 수 있었다.
"그렇게 빤히 쳐다보다간 구멍날꺼야, 재프군."
레오의 말에 재프는 자신의 행동이 실례였다는 걸 깨닫고는 표정을 갈무리 짓고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아, 시즈요사님이 말씀하신 그대로네. 레오는 미소를 지으며 재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신의 잘못은 금방 인정하지만 그걸 겉으로 표현하는게 어색하니, 무례한 행동을 해도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 시즈요시의 모습을 떠올리던 레오는 시계를 보곤 급히 외투를 챙겼다.
"아! 크라우스 나 이만 가볼께. 그리고 재프를 잘부탁해 스티븐!"
"다녀오게 레오."
"잘다녀와 레오."
레오는 스티븐과 크라우스를 바라보며 웃음을 짓고는 이내 바깥으로 나갔다.


* * *


레오씨? 재프는 낯선남자와 웃으며 걸어가는 레오를 보고는 걸음을 멈췄다. 사무실 안에 있을 때와는 다른분위기 랄까, 뭔가 야한느낌이 드는 그런 웃음을 짓는 레오의 모습이 어색했다.
"아? 그거 레옷치 작업하는거잖아?"
"남자를 상대로 말입니까?!"
"레옷치의 역할이 그거니까. 스티븐과 같은거야 성별이 다를뿐."
K.K의 대답에 재프는 마치 뒷통수를 망치로 가격당한 듯한 충격을 받았다. 라이브라 같은 비밀결사 내에 뒷정보를 얻는 역할이 없을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스티븐이 고위층 여성과 접촉한다는 얘기를 듣고 당연 그런역은 스티븐이라 생각했었을 뿐이였다.
K.K는 충격받은 듯한 재프의 표정을 보며 이해한다는 듯 쓰게웃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 * *


레오는 적막함이 가득한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온 몸이 성한곳 없이 아파 집으로 귀가할 조금의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털썩-. 쇼파 위로 몸을 무너트리며 레오는 눈을 감았다. 오늘의 타겟은 뒷 얘기가 좋지않았기에 신경을 기울이고 또 기울였다. 전체적으로 상황도 나쁘지 않게 돌아갔고 그 때문에 안심을 했던게 화근이였다. 부드러웠던 남자의 태도가 한 순간에 돌변하며 자신을 덮쳐온 상황에서 제대로된 반항도 하지 못한 채 당했다. 남자는 칼을 이용해 몸 곳곳에 마치 증거를 남기듯 상처를 만들었다. 피가 흘러 침대시트 위에 붉은 흔적을 남겼고, 한 번 터진 눈물은 계속해서 흐를뿐이였다.


레오는 옷에 피가 묻어나자 한숨을 내쉬며 입고 있던 옷을 벗기시작했다. 맘같아선 이대로 잠을자고 싶었지만 다음 날 다른 멤버들이 이 모습을 보면 그들이 미안해했기에 얼른 옷을 갈아입고 상처를 치료해야했다.
레오는 익숙한 듯 방에 들어가 예비옷을 꺼낸 뒤 탁자에서 약품상자를 꺼냈다. 상처를 치료할 때 마다 밀려오는 쓰라림에 레오는 인상을 찌푸렸다. 마지막으로 목쪽에 나있는 붉은 자국을 밴드로 가리고 레오는 예비옷을 조심스럽게 입었다. 등쪽의 상처도 치료를 해야했지만 손이 닿지않기에 다음 날 길베르트에게 부탁하자 생각하며 레오는 약품상자를 닫았다.


"레오…씨?"
"재프?!" 
갑작스런 재프의 등장에 레오는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레오가 당황한 채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보며 재프는 속 안에서 울화가 치밀어오고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옷가지에 묻어있는 피와 목에 붙어있는 밴드, 그리고 울었던 듯 부어있는 눈가까지. 무슨일을 당했는지 안보고도 알 수 있었다.
"레오씨는!!!! 왜!!!!!"
재프는 레오의 몸 위에 올라타 레오를 바라보며 소리질렀다. 레오는 마치 금방이라도 울듯한 표정을 짓고있는 재프의 모습을 바라보다 손을 들어 재프의 뺨을 쓰다듬었다. 난 괜찮아 재프. 레오의 한 마디에 재프는 팔을 무너뜨리며 레오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레오의 살결냄새와 뒤섞여 약품냄새와 희미하게 나는 남자의 냄새가 맡아졌다.
레오는 재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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